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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도 등대


생방송 세상의 아침 "소리도 등대지기"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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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애린 조회 393회 작성일 22-11-08 17:32

본문

    • yeondo1-1.jpg
      연도마을/자유게시판에서....


      어느 날 아침
      나는 우연히 두둥실을 타고 소리도를 가게 되었다.

      배안에는
      설날에 나설 수 없는 아낙네의
      이른 친정 나들이도 있었고,
      고향을 지켜온 중년의 어부도 있었다.

      소리도는
      한참 만에 연도에 도착하고도
      다시 조그마한 배를 갈아타고
      또다시 항해해야하는 먼 바다...오지였다.

      그곳에는
      한 평생 아름다운 우정을 쌓으며 살아가는 두 노인과
      키 작은 소나무와 마른 억새풀 아래로 보이는 푸른 바다와
      그리고 그 바다가 품어내는
      잔잔힌 이야기가 있었다.

      잔솔가지 등에 지고 불편한 노인의 집 마당에
      부려놓는 또 다른 노인...
      그리고
      소리도 등대 아래에서
      작은 새우미끼로 낚시를 하시는 그분들의 모습에서
      나는 우리 아버지를 보았고,
      내 가슴은 뭉클했다.

      은빛 물결을 배경삼아
      등대지기가 삶아온 홍합을 드시는 모습도 스치고
      이윽고 낚시를 마친 노인의 작은 배는
      소리도 부근 솜팽이 굴 안을
      아주 쉽게 들어 갈 수 있었다.

      SV400017.JPG
      사진/남면.쏨팽이굴 입구


      솜팽이 굴 안에는 연녹색 얼룩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궁금했던 만큼 더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일순간 화면은 또 다른 풍경으로 가득차 버렸다.

      높은 파도를 피할 수 있을만큼
      아늑한 공간이었던 쏨팽이 굴 안에는
      아직도 보물이 묻혀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오고 있다고 노인은 말한다.

      어느덧 작은 배는
      다시 마을로 돌아왔고
      내가 그토록 보고 싶던 고향의 동백꽃이
      돌담 위로 탐스럽게 피어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좀더 가까이 다가가
      노란 꽃술을 만져보고 싶었지만
      마을 집수리하시느라 바쁘신
      소리도 등대지기를 보는 순간
      베짱이 같은 내 마음도 잠시 길을 잃는다.

      소리도 등대지기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분이셨다.
      마을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젊은 일꾼 이셨고,
      가까이에서 노인들을 챙겨주는 마음 따뜻한 아들이었다.

      젊은 시절부터
      두 노인을 함께 묶어둔 소리도 먼 바다와 등대지기가
      서로 자리를 비껴주며 클로즈업 되는가 싶더니
      다시 멀어져
      나는 다시 서울 ...
      그 바다빛을 많이 닮았으나
      비행기 소음에 이골난 하늘을...
      그 하늘을 보고 있다................


      kbs2 t.v.....생방송 세상의 아침 을 보고....... DATE: 2002.01.28 -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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