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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렁길


비렁길 5코스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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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산벚나무 조회 461회 작성일 23-04-25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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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걷는 길은 금오도 남쪽 망산 끝 자락 장지 마을에서 동서 수로를 따라 장지 해안길, 숫구지,문바구 곶, 꽃받등, 막포, 일종고지, 심포 마을까지 간결 하면서도 거칠고, 단 조르면서도, 정겨움이 파노라마같이 엮인 비렁길 5코스의 상쾌함을 느껴 보려 한다.
 

장지곶을 기점으로 숫구지까지 마을 해변이 긴 타원을 따라 회색빛 조약돌들로 깔려 있는걸  보면 마을 지명이 <진작지>에서 <장지>로 유래되었슴을 알 수 있다.
유년시절 자갈밭에 앉아 갓 잡아올린  뽈락, 용치, 달고기등 싱싱한 식감으로 소주잔을 기울던 밤들이 새록새록한 추억속에 낭만으로 차 오르고 너울의 미삭질에 자갈 구르는 소리는 마을의 고요함마저 앗아간다.


한적한 해안을 뒤로하고 장지의 상징 숫구지로 오르는 길에는 300년를 버틴 오랜 수령의 팽나무가 지난한 시간과 공간을 오늘로 이어 주고 있다.
마을을 벗어나 비렁길로 들어 서니 서고지와 가마도을 잇는 노랑 브릿지,녹섬,소부도가 바다를 마주보고 걷는다.
솔발 사이로 부드러운 바람소리, 출렁거리는 파도소리,춘풍에 하늘거리는 산 벚꽃은 살아 있는 자연의 숨소리와 더블어 마음 고뇌를 덜고 발걸음에 가벼움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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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재촉하여 숫구지 전망대에 오르니 세상여,알마도,소리도,나로도가 보인다.
보돌바다의 푸르름과 남해바다의 끝없이 이어지는 파랑들의 물빛을 보노라면 무변광대의 진리가 마음에 와 닿는다.
우측 망산으로 솓구치는 산기슭은 바위 구릉을 만들어 해변까지 쏟아 내리고 황량하고 가파른 너덜지대를 만들어 냈다.
발 바닥의  무거운 감촉과 더딘 발 걸음을 옮기다 보면 죽은 체 잠든 것 같은 무지의 돌 무덤에도 파릇 파릇 싹이 돋아 오는 봄을 알리고 있었다.
여름 쯤이면  계절의 옷을 갈아 입고 바다까지 이르는 긴 풀잎 미끄럼 틀로  완성 되어  있으리라.
피고지고 지고피는 인생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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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덜지대가 끝나간 무렵 심포와 장지의 경계 막포 전망대를 만난다.
이 곳 바닷가에 <문바구곶> 이란 돌출암이 있는데 곶과 암초 사이에 뱃길이 열려 있어 붙여진 지명이다.선상 비렁길에서 보면 정선의 그림을 보는듯이 동양적인 운취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막포 전망대를 지나면 솔 향기 가득한 솔 밭길이  옛 고향 마을  막포로 이어지고 심포의 방파제  일종고지의 변성암 단층이 깍아 지른 절벽을 가르며 존재감을 뚜렷이 각인시킨다. 

막포의 옛터는 손바닥 같은 다락논,허물어진 담장속의 폐허, 쓸쓸한 바닷 모퉁이, 동심이 묻어 나는 마을 길들....실향을 절감하고 객지 생활의 외롭고 서글펐던 설음이 눈앞에서 어른 거린다.



  

마을 길을 지나니 일종고지 팻말이 보였다.
일종고지에는 전설 같은 실화가 있다
염소(토종야생염소)들과 명견(외래종그래이하운드) 의 일종고지에 서의 목숨 건 싸움은  단애 끝의 학이진으로 싸움은 염소들의 승리로 끝났다.
어느 파워 블로거가 이곳에 왔다가 일종고지란 지명을보고 백마고지와 같은 전적지를 기대하고 찾았건만 길 없는 길에 실망하고' 이놈의 호기심'하고 뿅망치로 머리를  자폭했다 는 웃고픈 이야기 가 생각났다.이 일화로 위로를 삼으라 하면서 들려 줬더니 멘붕에 빠지고 말더라. 


산길을 나와 심포 마을 남쪽 해안길에 들어 서니 인상 좋은 노 부부가 나와 자기 펜션 홍보를 깨알같이 한다.

속세에 물든 팔랑개비 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뷰가 좋은데,이 방은 얼만가요'? 

시간 넘게 걸으며 쌓았던 수양은 어디로 가고,우동 사리에서 빠지지 않는 노래미 같은 습 들을 어쩔 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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