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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산벚나무 조회 327회 작성일 24-04-12 17:49

본문

오랑 큰 바위 곁에 생전의 할머니가 젊은 날 어머니의 지병을 구완하고자 심었다는 수령 칠십여 년 되는 엄나무 한 구루가 오늘날까지 본가를 지켜보며 서 있다.

나무숲속에는 까치부부가 집을 지어놓고 같은 시공간 속에서 동고동락하는데 까마귀 떼가 틈만 나면 까치집을 침범하여 그때마다 도움을 필요로 한다.
처음에는 자연의 본능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일에 간섭하지 않으려 했지만 까마귀들이 자기 알을 부화하기 위해 남의 둥지를 빼앗는다는 얘길 듣곤 까치 편에 서고 만다.
어쩌든 진압은 되었지만 어디선가 큰 무리를 지원받아 공격하는 까마귀 떼의 저항도 만만치 않아 파상 공습이 언제 다시 시작될지 모르는 휴전 상태 중이다.ㅋ

벙구(엄) 나무는 활엽 교목으로 봄이면 꼬깔콘 모양으로 잎이 돋고, 여름이면 파스텔풍 같은 푸르름을 안기고, 가을이면 아기단풍처럼 물들고, 겨울이면 풍선 틀 같은가지를 남긴다.

이런 우아함과 풍미를 지닌 엄나무 유혹에   못이긴 마을 주민이 새순을 따러 오지만 크고 높은 데다  굵은 가시가 박혀 있어서 엄두도  내지 못하고 돌아가곤 한다.

얼마 전 강원도에 사는 지인이 본가에서 며칠 머물게 되었다.
아침마다 일어나 마당에서 벙구나무를 바라보고 몸을 풀며 돋아나는 연두색 새순에 군침을 삼키길래, 떠나기 하루전 까치부부에게 미안함을 무릅쓰고 가지 치는 긴 톱으로 가지를 몇 개 내려서 순을 땄다.
그곳에 늘 서 있었지만 이번처럼 새순을 따서 봄나물로 먹어보기는 나도 처음 있는 일이다.
앙증맞게 가지 끝에 솟아 오른 새순을 꺾어 무친 나물은 그야말로  신세계의 맛이었다.
개두릅이라고 해서 맛이 덜할 거라고 시도조차하지 않았다면 후회했을 정도로 맛이 매력적이라 누구 나도 빠져들 수밖에 없다.

줄기 또한 닭고기와 궁합이 잘 맞아 요리  할 때 인삼이나 황기 이상으로 많이 찾는 재료로서 약효는 물론이고 냄새를 제거하는 향신료로 사용되며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라 한다.
옛날에는 귀신을 쫓는다 해서 대문이나 외양간에 꽂아 두기도 했고 텃밭에 한 두루   정도는 심어 두었다 한다.

오랑 주변에 구기자, 맥문동, 익모초, 천남성, 골담초 등이 분포 되어 있는걸 보면 지금처럼 쉽게 진료나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시절, 약이 되는 나무와 약초를 가까운 곳에 심어두고  때맞추어 음식으로 먹기도 하고 약으로도 해 먹었으리라.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 했던가!
곳곳에 삶의 지혜가 숨어 있는 조상들의 생활을 무심히 엿보고 있음을 깨달았을 때 어디서나 생각났던 고향 풍경들이 어찌 가볍다 할 수 있었겠는가. 

댓글목록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

애린 작성일

엄나무에 대해 잘 몰랐는데요

예전에 이웃해 사시던 순천 언니께서 화단에 엄나무를 심어놓고 봄이면 새순 오르는 족족 우리네 술안주로 내놓곤 하였지요.

그러다가 청산도 여행길에 잠시 들른 강진 장터에서 엄나무순을 발견하게 되었는데요. 그 맛을 알기에  산벚나무님 글이 더욱 마음을 끌어당깁니다.

엄나무에 대해 몰랐다가 이웃 언니로부터 알게 되었는데 우리 고향에도 자생한다니 무척 반갑습니다.

글을 읽는 재미를 늘 증폭시켜주신 산벚나무님 금오도의 봄 아까워서 어떻게 보내시나요...



향기님의 댓글

향기 작성일

칠심여년을 지켜온 엄나무가 얼마나 클지 상상은 안가지만 꽤나 큰 엄나무일거 같습니다.

우리 선조들의 삶은 참으로 지혜로웠던거 같습니다.

산벚나무님 집에 심겨진 엄나무도 어머니의 지병에 요긴하게 쓰였겠지요~

느릅나무 껍질도 많이 쓰여졌었고 치자나무열매도 그랬고~등등

어쨋든지 지인분 덕분에 엄나순을 맛보셨다니 다행입니다.

저의 아파트옥상 화단에 우리 언니가 심어둔 가시오가피 나무가 있어서 올해는 새순을 따서

살짝 데쳐서 무쳐 먹었답니다.울 옆지기께서 참 맛있다고 잘 드시기에 제가 양보해주었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span class="guest">미리</span>님의 댓글

미리 작성일

엄나무순으로 장아찌를 담가서 주는 경상도 청송 출신 지인 덕분에 

먹기 시작했는데 두릎과 비슷하지만 향이 진하더군요


어려서 집 주변에 약제 식물이 자라고 있었던거 기억납니다.

골담초 꽃을 따 먹곤 했었는데

창경궁 식물원 뒤안에

오래된 나무들이 많이 있더군요

섬모초는 부모님 산소 아래 많이 있는데 꽃이 이뻐 몇 뿌리 뽑아다가

사과나무 아래 애지중지 두 겨울을 견뎌냈는데 옆지기가 달래 캔다고 다 파버렸어요

마음 아프지만 말 안하고 

있었는데 어제 달래랑 나물 캐다 보니 새싹 두개가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너무 반가워 여수 모임 간 옆지기 오면 손 잡아 끌어 뵈기주고

이건 절대 절대 파지 말라고 일러야겠습니다.

안개님의 댓글

안개 작성일

고향의 산천은 몸에 좋은 약초들이 많았지요

엄마와 함께 약초뿌리를 캐어

다듬고 정리하여

잘 말렸다가 식구들이 아플때 

요긴하게 썼는데요

산벚나무님 오랑주변에

빨갛게 익어 말랑거리는 구기자가 눈에 선합니다.


향기님의 댓글의 댓글

향기 작성일

안개님~오랑주변이 어디당가요???

오랑~ 처음들어보는 지명이라서 어디인지 궁금하네요~

안개님의 댓글의 댓글

안개 작성일

주변, 주위란뜻 같아요

예) 무강밭 아랫머리 오랑으로 강냉이를 심어라~

주니님 한테 물어 봤구만유^^ ㅎㅎ

산벚나무님께서 더 확실히 아실것 같아요

향기님의 댓글의 댓글

향기 작성일

안개님 ~~감사해요~~^^

무강밭 주위 자투리땅 등 뭐~그런 뜻이군요~~ㅎㅎ

오아시스님의 댓글

오아시스 작성일

백숙에 넣어 먹는것으로만 알았다가

엄나무순이 자라고있는곳에 가서도 

귀한나물이 된다는것을  모르고 왔네요

공주 마곡사주위에 산이 깊어서 그런지 엄나무가

잘 자라고있어도 일행들은 두릅도 아닌것 같고

엄나무,오가피와 의견이 분분하다 왔지요

좋은정보감사합니다^^


산벚나무님의 댓글

산벚나무 작성일

 속에 나오는 [오랑]은 본가 주변 사방이 전답과 산자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산자락쪽에 있는 다랑논과 과수원, 약용 작물을 심던 비탈진 밭을 [오랑]이라 불렀습니다.

굳이[오랑]이라고 서술 한 것은 고향홈에 맞는 정감 어린 어휘라고 생각되어 표현한 것입니다.

검색창에는 [주위]를 말하는 전남지방 방언으로 나와 있더군요.

그렇게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향기님의 댓글의 댓글

향기 작성일

네~산벚나무님  자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오랑] 이라는 단어는 처음인지라서 고향의 비탈진 밭을 일컽는 말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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