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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의 마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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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애린 조회 408회 작성일 24-02-24 11:48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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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의 마음처럼   

이종희

                      

나는 떠나는 것을 서러워하지 않으리

아직 썰물을 받아들일 순 없지만 

언젠가는 조금씩 밀려가는 물결이고 싶네

어느 날 서녘 하늘 노을빛 와닿으면

녹슨 닻의 오랜 염원처럼

생의 묵직한 포말과 한 번도 말라본 적 없는

파도의 심장 같은 그런 사랑이

내 허허로운 가슴에 미량의 온기로 

남아있길 바라네

언젠가 어느 항구를 지나다 잠깐 정박해 본

오래된 부두처럼 변함없이 반기다가도

빈자리의 공허에 익숙해지길 바라네

그 많은 목선을 멀리 보냈으면서도

정작 마음을 거두지 못해 

속절없이 허물어지는 순간에도 의연했던, 

그러고도 물결 위에 사심 없이 노니는 윤슬인 양 

다정한 어깨를 내주다가 무심히 손 흔드는 부두처럼

나도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 가볍게 떠나가길 바라네

댓글목록

<span class="guest">외기러기</span>님의 댓글

외기러기 작성일

황진이 시조 한 수로 답을 대신하리다.

"청산은 내 뜻이오 녹수는 님의 정이
녹수 흘러간들 청산이야 변할손가.
녹수도 청산을 못 잊어 울어 예어 가는고"

끊임없이 흘러가는 녹수와 떠나감을 멈추지 않은 목선들
각기 떠나온 청산과 부두를 그리워한들 자신의 굳건한 마음은 한결같음을 노래한...
글에서 황진이와 애린..같은 의미로 받아들여 지는군요. 좀 오반가? ㅎ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의 댓글

애린 작성일

역시나
참 대단하시네요

그런들 저런들 아프기는 매 한 가지인데
저에게 황진이는 너무 높지요 ㅎㅎ
너무 감사합니다.

고독은 경험하는 순간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 같아요.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외기러님 그동안 미뤄둔 이야기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요.

<span class="guest">정군</span>님의 댓글

정군 작성일

단순한 이별에 대한 의연함도 있겠지만 생을 마감하며 이별하는 아픔까지도 염두에 둔 작품인 것 같습니다
부두처럼 그렇게 수많은 파도를 맞이하고 떠나보내도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키며
결국에는 자신도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떠나가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굳은 의지와 꿋꿋한 삶의 기상 같은 것을 생의 마지막까지 견지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연에서 그 모든 의지를 함축하여 기록하셨네요
"물결 위에 사심 없이 노니는 윤슬인 양
다정한 어깨를 내주다가 무심히 손 흔드는 부두처럼
나도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 가볍게 떠나가길 바라네"

잘 감상하였습니다^^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의 댓글

애린 작성일

지난해 카카오스토리에 올렸던 글인데
시를 읽어주는 분이 이 시를
유튜브 채널에 낭송시로 올렸는데
얼마 전 다시 가보니 바로 위의 분이
이렇게 답글을 올려두어 옮겨왔습니다.
시는
작가의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마음으로 감상하는 거라 들었습니다.
두 마음이 하나일 때
시의 함정에 빠지는 쾌감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ㅎㅎ

화창한 월요일 아침입니다
새 주에도 모든 분 파이팅 하세요~^^

<span class="guest">솔향채</span>님의 댓글

솔향채 작성일

읽고 또 읽을 수 록
곁을 내어 주는 마음이 애린님의 마음같네요

품어주고 내어주면서
말 없이 떠나는 파도도 수많은 배들도
때로는 잠시 쉬어가는 갈매기도
모든 곁을 내어 주는 부두의 마음처럼

오늘 하루도 풍성한 마음으로 살게요.
좋은 시
감사합니다.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의 댓글

애린 작성일

감사합니다 솔향채님~♡
지금쯤 고향엔 달롱기랑 쑥이 나왔겠네요
지난 구정 때 쑥떡 먹고 싶어서
병이 날 지경이어서
인터넷으로 쑥떡 구입해 먹어봤는데
전혀 다른 맛이어서 실망했네요.ㅎㅎ
쑥도 캐고 싶고 물구꽃도 보고 싶고요 ~ㅎ
늘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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