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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이의 성장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종희 조회 432회 작성일 24-02-21 08:58

본문

8년 전 (2010) 친구가 동백 씨로 발아시킨 동백나무를 분양해 주었다. 

세월이 흘러 약간 웃자란 동백나무를 전지 하게 되었는데, 그중 흙에 꽂아둔 작은 가지 하나가 여러 달이 지나도 시들지 않았다. 뽑아보니 뿌리가 묵직했다.

그 후 어미  동백나무는 형님댁에 보내 드리고 아기 동백나무만 키우고 있었는데, 그 사이 가는 줄기에  잔가지만 무성해 전지 하게 되었다.


마지막 안간힘을 다한 처절한 버팀에도 결국 가지들은 모조리 잘려나갔고, 그때처럼 달랑 작은 가지 하나만 남게 된 것이다. 그 헛헛함에  풍란 목부작을 만들고 콩란을 덮으니 그럴싸한 분재  모습으로 변했다. 이렇게 우리 집 동백나무는 주인도 예측 못 한 고난의 역사를  쌓아왔다.


식물도 동물처럼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의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심장 소리가 들린다고 하는데, 우리 집 식물들은 내 발걸음 소리에 얼마나 놀라고 걱정이 될까. 툭하면 꺾어내고 뒤엎으니 내가 생각해도 너무하다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화초는 주인의 관심과 손길 따라 성장하고 자라는 것 같다. 너무 바빠 한동안 저들을 잊고 있을 땐  확연히 관심받지 못한 티를 내고 형편없이 일그러져 있거나 꼬질꼬질하게 말라 있으니 말이다.


그런 식물에 집중하며 시중을 들 땐 내 마음에 깃든 어둔 그림자가 소리 없이 빠져나가는, 그야말로 무아지경에 이르게 되고, 그들은 어김없는 보람으로 내 마음을 채워주고 있으니, 이보다 온전한 커플이 어디 있을까.


가끔 나는 텅 빈 하늘을 보며 빌어본다.

사는 동안 서로에게 참 좋은 인연이 될 수 있을 만큼만 

아프고 바빴으면 좋겠다고...

[20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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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 후 한 가지 남은 왼쪽이의  성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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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해지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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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일년이 지나 새로운 가지가 생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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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럭무럭 자라 첫 봉오리 생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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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첫 꽃이 피었는데, 여느 동백꽃과는 생김이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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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 오라버니가 선물 해주신 토종 동백이,우리집에 온 지 20년이 다 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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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에 을지로 노상 화원에서 구입한 겹동백, 처음엔 분홍으로만 피웠는데

빨강이랑 섞이고 있음. 아무래도 내가 모른 사이 토종이랑 비밀이 생긴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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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 마저도 너무 고와 오랜 날 같이 지낼 수 있는 방법 찾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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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해 부터인지 토종 동백이에게 백색 무늬가 생김, 다육이에게 이런 일 생기면 이름 앞에 (금)자를 붙여 주는데 혹시 동백이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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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빨간 겹동백이 올해 핌




동백낭구의 동화 바로가기 





댓글목록

<span class="guest">솔향채</span>님의 댓글

솔향채 작성일

대단하네요
동백이가 윗지방에서도 잘 살 줄이야
해풍만 맞고 자라는 줄
지난번 미리내님댁 동백이도 잘 키우드만
고향은 먼 산만 바라봐도 동백나무가 지천이라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데
그쪽은 귀한 터라 참 애지 중지 하겠네요
핑크색 겹동백이 토종동백이랑 한 집에 살다보니 사랑이 싹 텃을까요?
예쁜 다문화가족이 탄생 했네요 ㅎㅎ
애린님의 식물사랑도 대단합니다.

고향은 지금 아침부터 비 바람이 부네요
비소식이 목요일까지라는데
방콕만하게 생겼네요.
빗소리를 들으니 부침개라도 해서 먹고 싶은 날 이네요.~~
예쁜 동백이 눈 호강 잘 했네요.

행복한 하루되세요.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의 댓글

애린 작성일

우리 동네에도 동백이가 참 많고 우람했지요
고향을 떠난 사람들은 그리움의 꽃이지요
예전에는 그냥 좋았고
지금은 마냥 좋네요. ㅎㅎ
꽃이 피기도 전에 봉오리 따서 꼭 다문 입술을
한 장씩 벌려 보다 보면 어느새 꽃이 폈지요
그 쪼그마한 꽃도 참 예뻤는데
우리는 왜그랬나 몰라요.
저녁에 살짝 익은 갓김치 넣고
고등어 조림 했는데
기막히게 맛있어서
또 실내 자전거 놀이하고 있어요ㅎㅎ
굿밤 되세요~^^

<span class="guest">금오도민</span>님의 댓글

금오도민 작성일

글과 사진을 보고있노라니
대단한 노력과 정성, 그리고 끈기가 저절로 느껴지네요.
씨앗을 심고 동백잎이 나고 꽃이 피고 그 시간들을 묵묵히
함께한 것을 보면 참으로 놀라운 분들이 많다는 생각을 합니다.
동백 종류도 여러가지이고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도 없었을텐데
하여튼 인고의 시간 속에 그 빛을 발합니다

이제 동백시즌이니 금오열도 동백숲 속으로 한번 가볼만 하겠네요
시간을 내서 한번 가보려고 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의 댓글

애린 작성일

고향에 봄이 도착하고 있으니
동백이도 참 예쁠 때가 되었네요.
전지한 가지가 아까워 화분에 꼽아 둔건데
그게 꽃까지 피웠으니 그야말로 감동이지요
감동이라는 것은 하루아침의 것이 아니어서
더 빛나는 것 같아요.
꽃 진 자리에 싹눈이 오르느라 왁자합니다
동백이는 새 잎도 이쁘고
정말 버릴 것이 없네요
고향에 도착하시면
고향 동백이 많이 담아 오세요~^^

<span class="guest">산적두목</span>님의 댓글

산적두목 작성일

그런 진득함과
우직함이 있기에
오늘과 같은 자리에
있나 봅니다.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의 댓글

애린 작성일

너무 미련스럽기도 하지요 ㅎㅎ
그래도 기록이란 것이
참 대단한 힘이 있는 것 같아요
기억으로는 보일 수 없는 사진을 보면서
그때 찍어두길 참 잘했다고 칭찬하고 있어요
늦기 전에 산전두목님 슬슬 시작해 주세요
아까운 또 하루가 가버렸네요

<span class="guest">외기러기</span>님의 댓글

외기러기 작성일

동백이는 해풍을 맞아야 제대로 고운 꽃을 피운다 했는데
서울 도심 아파트속에서 잘 키워내 저정도 꽃을 본다는것
대단하다 할 수밖에요.
정성이 뻗히면 하늘이 돕는다고 그정도의 미음 씀인지 글솜씨처럼
타고난 재능이 발휘됨인지 놀랍수다.^^
흔히 동백꽃은 겨울이 제철이라 알고 있는 분 많지만 꽃이 화려하기론 이른 봄 삼월이죠
앞으로도 멋진 꽃 많이 기대되겠군요.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의 댓글

애린 작성일

아! 맞네요
나무 바깥보다는 안쪽이 더 곱고 예쁜 이유가
찬 바람을 관통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온순한 날씨 때문에 삼월에 동백이는 더 예뻤네요
쑥도 캐고 싶고 쑥떡도 먹고 싶고
동백 꿀도 따 먹고 싶고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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