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자유게시판

본 홈페이지는 1996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금오도ㆍ금오열도 홈페이지입니다. 본 홈페이지에 있는 모든 게시판에 로그인 없이 누구든지 자유롭게 글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사진은 100장, 동영상은 100MW 까지 가능합니다.


겨울놀이

페이지 정보

작성자 감나무 조회 301회 작성일 24-01-28 00:10

본문


날씨가 매섭다.

논바닦의 얼음이 꽁꽁 얼면 아이들이 하나 둘 팽이를 들고 모여든다.

오빠도 팽이치기를 하겠다며 팽이를 만드느라 부산이다.

엄마는 멀리서 오빠의 모양새를 지켜보다가 괜찮다는 오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궂이 엄마가 직접 나선다.

 초등학교 어린 나이 때부터 교육이라는 미명으로 도회지로 공부하러 갔다가 방학이 되어서야 돌아오니 일년에 딱 두 번 모자 상봉이 이뤄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인데 무엇인들 해 주고 싶지 않을까? 

엄마는 쌓여 있는 나무들을 뒤적거려 적당히 통통한 나무를 골라 톱으로 자르고 낫으로 깍는다.  

윗쪽은 동그란 원통을 만들고 옆면도 매끄럽게 다듬은 후

높이 절반을 남기고 아랫부분을 깍아서 깔대기 모양을 만든다.

곱게 잘 다듬은 후 

맨 아래 뽀쪽한 꼭지에 못을 박아 잘라내어 무적의 팽이를 만들어 주신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만든 팽이는 잘 다듬어지도 않고 얇고 뽀쪽하여 잘 쓰러지는데  

우리 엄마는 아들의 팽이에 온갖 정성과 사랑을 쏟아 부어 최강 무적 팽이를 만들어주시는 것이다.

 팽이가 완성되면 오빠는 팽이 윗면에 빨노파 크레용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멋지게 색칠을 하고  

엄마는 솜이불 꼬매려 장롱 깊숙히 보관해 둔 두꺼운 무명실태래 한뭉치를 꺼내와 막대기 끝에 묶고 잘라서 팽이채를 만들어 주신다.

오빠의 그리기와 몇 번의 수정 작업이 끝나고 나서야 

신이난 오빠의 팽이돌리기 시범이 시작된다. 

팽이 몸뚱에 팽이채의 줄을 돌돌만 후에 

오른손으로 팽이만 공중에 휙 뿌리 듯 던지면 

팽이는 살며시 바닥에 안착을 한다.

그후 쓰러질 듯 쓰러질 듯 도는 팽이

그 곁으로 오빠가 제빨리 다가가 팽이채를 후둘러 쳐서 팽이를 살려낸다. 

빨강 노랑 파랑 띠를 그리며 빙빙 도는 팽이를 보고 있노라면 

팽이를 잘 돌리는 오빠가 엄청 멋있어 보이고 

우리도 덩달아 신이나 함성을 지른다. 

여동생들의 경이에  찬 응원을 받으며 

오빠는 팽이를 들고 논바닦으로 나가서 팽이치기 시합에 합류한다.


아이들은  제각기 팽이치기에 여염이 없다.

팽이 균형을 잘 못 맞춘 팽이는 제자리 돌리기도 어려워 삐리릭 하고 쓰러지는가 하면, 

팽이치기 기술이 부족해도 쓰러지고, 

팽이 채가 부실해도 쓰러진다.  

혼자서는 제대로 서지도 못 하는 팽이가 

매를 맞으면 맞을수록 어쩌면 저렇게 잘 돌까? 

팽이가 패앵팽 잘 도는 것을 보면 참으로 신기하다.


제자리 돌기를 잘 하는 팽이들은 이제 시합에 나선다.

패앵팽 신나게 제자리를 돌기를 하다 팽이채가 전진을 외치면 

적진을 향해 작은 언덕도 넘고 작은 돌을 지나서 서로 몸을 부딪치며 자웅을 겨룬다. 

삥 둘러선 우리 구경꾼들은 팽이가 몸싸움을 할 때마다 소리 치고 각자의 맘 속에 그려둔 팬을 응원한다. 

천하무적 우리오빠의 사랑팽이도 몸싸움에 합류한다.

팽이치기를 끝마치고 흥분에 들떠  집으로 돌아오면 

엄마는 우리의 표정을 살펴 보신다.

사랑팽이가 제 몫을 다 해 주었는지가 궁금하다.

우리는 조잘거린다 오빠 팽이가 최고였다고

작은방 솥에는 뜨끈한 물이 데워져 있고 엄마는  손발 씻기를 제촉 하신다.

그 엄동설한 찬바람에 제대로된 양말도 장갑도 없이

언 손발 입술이 터져 군데군데 피가나고 갈라졌지만

우리는 아랑곳 하지 않고 눈 뜨고 밥만 먹으면 망아지마냥 논놀이터로 달려나가 연날리기며 사방치기며 가이센놀이로 뛰어다니기에 바빴었다.


엄마는 우리가 최고로 즐겁게 재밌게 잘 놀 수 있도록 

할 수있는한 모든 배려를 다 해 주셨다. 

아이들 놀이에도 진심인 엄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볼수록 

우리 엄마는 우리 아이들에게 최고로 멋진 엄마였다는 생각이든다.

아이들이 행복해 하면 엄마도 행복하고

칭찬! 칭찬으로 그 많은 아이들을 제촉 하셨던 엄마

아이들 눈 높이로 내려와 온식구가 친구가 되게하여 

함께 숨바꼭질 하던 엄마

겨울놀이에 엄마가  절대로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이유이다.

엄마 사랑해요~









댓글목록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

애린 작성일

저도 오빠가 팽이치기를 시켜줘서
윙윙 소리를 내며 뱅글뱅글 돌던
그 팽팽한 긴장감과 착착 감기는 그 팽이 채의
그 감칠맛 같은 자유를 느껴본 경험이 있습니다.

우리 집은 우리 오빠가
직접 팽이를 깎았는데요,
우린 그걸 지켜보면서
어린 오빠가 팽이 깎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했네요.

어느 날은 가오리연 만드느라
쌀밥 짓이겨 풀 만드는 일이나,
대나무 자르고 쪼개
가오리연 살을 만드는 일이나,
연 꼬리 길게 잇는 것 시켜준 일이나
그 연을 날리기 위해 아랫길을 신나게 달려가는 일이나
줄을 빠르게 당겼다가 느슨하게 풀었다가를 반복하며
하늘 높이 연을 날리는 일이나...

오빠가 있어서
저도 겨울 놀이를 경험할 수 있었네요.
어린 시절 놀이기구를 만들던 솜씨는 여전해서
우리 오빠는 뭐든 잘 만들고
오빠가 만들어 준 것만 가지고 놀던
막냇동생은 공부를 참 잘했습니다.

그리운 겨울날의 동화를
소환 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감동하며
오늘도 고향 한 바퀴 돌고 옵니다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span class="guest">감나무</span>님의 댓글의 댓글

감나무 작성일

그래요
오빠는 만능재줏꾼!
평생 든든한 울타리였지요.
오빠가 있어서 항상 당당하고 자랑스럽고
행복했지요.
오빠가 방패연을 만들면
우리에게도 귀여운 가오리 연을 만들어 주고
방팽연이 하늘 높이 붕붕 떠오르면 가오리연도 함께 즐거이 꼬리를 흔들었지요.
오빠가 없을 땐 짜밤팽이 도토리팽이를 만들어서 빙글빙글 돌려보며 어서 빨리 방학되기를 기다렸지요.

<span class="guest">솔향채</span>님의 댓글

솔향채 작성일

어린시절 추억 이야기는
단편소설이네요
우리의 추억을 소환해버린 팽이치기

읽으면서 추억이 떠오르네요
딸 부짓집에 아들이 막내로태어나
부모님, 누나들 모두가 남자로 태어난 동생에게
모든 사랑이 쏠리고 크레파스로 각양각색의 색칠을한 팽이를 만들어 주신 아버지

엇그제 5시간이 걸리는 서울근교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도로가 아래 벼를 수확한 논에 얼음이 꽁꽁얼어 있어서 잠시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올랐는데
썰매를 탓던 어린시절
추운줄도 모르고 콧물 줄줄 흘리며 볼은 꽁꽁얼어도
마냥 재미있던 시절
손재주 좋으시던 아부지 땜시
언제나 제일 튼튼한 썰매, 새총, 팽이, 가오리연, 태극연등
아이들어 신나게 뛰어놀던 함성소리가 귀가에 맴도네요
잼나는 추억일기 잘 읽었네요
감사합니다.

<span class="guest">감나무</span>님의 댓글의 댓글

감나무 작성일

ㅋㅋ
꽁꽁언 논은 진정한 아이들 놀이마당!
벙어리 장갑 끼고 눈썰매 탈 때가 정말 신났지요
언니와 나도 썰매 하나를 들쳐 메고
논바닥 놀이마당에 가서
서로 번갈아 가며 썰매를 타고 밀어주고
친구들과 썰매 타고 한지점 돌아오기 시합을 할 땐 썰매 위에 무릎 꿇고 앉아 젖먹던 힘을 다해 썰매 스틱을 끌어 당겨도 보았고
내리막 급경사에서는 언니와 둘이 엉덩이 겹쳐 앉아 얼음 눈밭을 함께 뒹굴었었지요
정말 신나게 뛰어 놀았 던 그 놀이마당이 새삼 더욱 그리워지네요.

<span class="guest">미리</span>님의 댓글

미리 작성일

대충 읽어봤습니다.
복면가왕 다 보고
다시 꼼꼼하게 읽을랍니다.
이젠 한번 읽어서는 집중력이 떨어지는 나이인가봅니당.

내 아들래미 어려서 데리고 친정 가면
울 아부지께선 마당에 앉으셔서
둘이 머리 맛데고 팽이 깎아 꼭지에
못을 팽이 안 벌어지게 작은 것으로
조심 단단히 박아 완성하여
막데기에 줄 묶어 채도 만들어
몸소 시범을 보이시며 손주에게
팽이 돌리는 걸 가르켜 주셨네요.
새총도 만들어 주시고
도시에서 나고 자란 울 아들래미의
추억이 되어 아직도 팽이 새총 아주
소중하게 보관중이지요.
추억 소환 감솨요.

<span class="guest">감나무</span>님의 댓글

감나무 작성일

추억도 좋지만 노래도 즐겨야지요.
그런데 아직도 복면가왕 프로그램을 하고 있나보네요.
TV 멀리한지가 오래라 무슨 프로가 있는지도 모르고 삽니다.
미리님의 삶의 여유가 부럽습니다.

COPYRIGHT Ⓒ 금오열도. ALL RIGHTS RESERVED.
Designed by 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