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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는 피고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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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산벚나무 조회 491회 작성일 24-01-1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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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도회지 사는 동생이 피크닉 용품과 식재료를 챙겨서 본가에 왔다. 

연못 옆 뜰에 용품을 셋팅하고 며일 묵더니 어느 날인가  비닐 봉지에 뭔가 한가득 담아 오기에 무어냐고 물었더니 마른 솔잎과 솔방울이라 하면서 캠핑용 화덕에 불을 피우며 이 냄새를 그리도 맡고   싶었다 하는 것이다.

생전의 부모님이  재래식 구들장 방 하나를 남겨두고 본가를 수선하여 생활하시다가 세상을 떠났다.
귀향 후 그 방을 황토 방으로 리모델링하여  가끔 몸이 무겁거나 피곤하면 옛날처럼 군불을 때고 잔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피어오르는 나무 향기와 그때의 그 감미롭고 따뜻한 정서가 그대로 살아 숨 쉬고 어머니 품같이 타는 목마름으로 한동안 멍 때리기 일쑤다.
아마 그 동생도 본가를 본 순간 이러한 향수 같은 목마름이 타올랐던 건 아닐까!

편리한 문화와 인프라가 넘쳐나는 지금과는 삶의 질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했지만 그 시절이 낯설어지기는커녕 때론 그리워 지기까지 한다.


아궁이에 땔 연료를 마련하려 산에서 나무를 톱과 낯으로 자르고 집까지 이동해서 도끼로 쪼개 건조시켜 눈비가 맞지 않게 보관하여 불이 지피기까지 모든 과정을 재현하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던 같다.


방 한 칸 지펴도 이렇게 많은 나무가 들어가는데,부모님들은 두서너 개나 되는 아궁이를 어떻게 채웠슬꺼나,

밭에서 산에서 바다에서 먹거리를 챙기든, 

채취해서 판매를 하든,
혹독한 시절에 곁들인 이 많은 일들을 버티며 살아 나왔을까!
존경과 회한이  강물처럼 흐른다.

원치 않는 영혼을 팔고 적당히 타협하고 마음 굽어진 체 살았다면 앞서간 이들이 남겨놓은 철학과도 같은 삶을 어찌 이해  할 수 있었겠는가!

세상은 좋은 일, 궂은 일,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구비 치게 살아온  만큼 나름의 희로애락도 각자의 마음속으로 스며들었슬것이다.

언제나 본연을 찾아가고픈, 언제나 우리를 보듬어 주던 고향 들녘에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야생화는 피고 진다.

댓글목록

<span class="guest">솔향채</span>님의 댓글

솔향채 작성일

겨울철 아부지는 새벽4시면 어김없이 일어 나셔서
양쪽부엌을 오가시며 군불을 지피신다.
밥할때 한번, 주무기전 한번, 새벽에 한번 하루도 빠지시 않으시고
방을 따뜻하게 해 놓으신다.
난 방에서 따뜻하게 자면서도 투털거린다.
방음이 제대로되지 않아 군불때는 소리에 잠을 깨기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으로 고마운줄 모르고 어린시절 철없던생각에
괜시리 죄송함이 밀려온다.

가을 철이면 겨울땔감을 준비하는게 일상이였던 시절
고구마 절간이 끝나고 나면 그때부터는 땔감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산은 높은 곳에있어 나무다발을 묶어서 마를때까지뒀다가
아래로 굴러서 냇가를 건너서 이고 지고와야했던 그시절
집채만한 나무를 두 세군데 쌓아두시고 장작 또한 몇년은 쓸 땔감으로 미리미리 쟁겨두시고 마른 나뭇가지는 오십센치 길이로 토막을내어서 한아름씩 묶어서 부엌에 차곡차곡 쟁겨 주시던 그러셨던 아부지 그 시절은 다들 그러셨을텐데
오늘은 산벚나무님의 따뜻할 구들장 온돌방이 많이 생각나는
부러운 날이네요.

많은 고향분들 다시 귀향하시면 대환영입니다.

따뜻한 오후되세요 ~^

<span class="guest">미리</span>님의 댓글

미리 작성일

우리 아부지도 그러셨는데
지금 우리 형부도 새벽에 조용히 아궁이에 불을 지피시고 살짝 들어오시더군요.
전 귀촌하신 분들이 부럽지 않은데
딱 한가지 온돌방 불떼는 아궁이 이글이글 꽃불 원적외선 쐬고 방에서 등 찜질하고
땀으로 노폐물 쫙 빼고 아침 상쾌하게 일어나는거요.
어려서 나무 해다 재는 일은 오빠들 전담이고 겨울 방학이면 난 불쏘시게용 가리 긁어다 뒤안에 쌓는 일 전담이었지요.
울 오빠들은 시내에서 학교 다니다 주말이나 방학에 집에 오면 바로 헌 옷으로 갈아 입고 낫이나 도끼 톱 바지게에 담고 산으로 직행이었었는데..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도 맑다고 큰 오빠부터 그러시니 우린 그러는게 당연하다 여겼었답니다.
왜냐하면 부모님께서 우리 아님 그 고생 덜하셔도 되셨을거니까요.

오아시스님의 댓글

오아시스 작성일

온돌방은 그대로인데
온기가 없어졌네요
집수리를 하자고 해도
엄마가 끝까지 고집하셨던것이 장작으로
불때는 아궁이는 지켜내셨는데
그 애착은 어디로 가고,
고향집 굴뚝에 연기 피어올라
지글지글 끌어오르는 구들장바닥에 지지고 싶은 밤이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

애린 작성일

특히 늦가을 오면
장작 타는 냄새가 그리워요.
오늘은 군불 땐 방이 자꾸 생각나서
인공적인 온돌 잠을 아껴요
그래도 자야지...요
엄청난 몰입에서
벗어났더니...허기가...
그래도 참아야지요...
꿈속에서도 고향 냄새가
폴폴 올라 주었으면...

안녕히 주무세요

<span class="guest">감나무</span>님의 댓글

감나무 작성일

야생화가 있기에 우리의 삶이 풍요로와지죠
모두가 온실 속의 꽃이라면
우리의 봄 여름 가을은 얼마나 삭막할까요.
창문을 열면
대문 열고 한 발자국만 나가면
야생화를 금방 만날 수 있다.
지천에 깔려있는 야생화는 제각기 제맛을 가지고 자기만의 향기를 풍긴다.
아무도 돌보는 이 없어도
아무도 관심갖는이 없어도
그래도 야생화는 아주 조용히 소리없이 세상을 바뀌간다.
마치 공기처럼 살아 숨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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