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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종희 조회 495회 작성일 23-12-19 00:26

본문

겨울나무 


텅 빈 풍경 사이로 

떨어지지 못한 잎들이 참 곱다.

며칠째 진지를 구축한 동장군의 입김은

가벼운 농담마저 경직을 몰고 오는데

무슨 까닭에 저들의 저항은 저리도 단단한 것일까.

이런 나의 오지랖은 경계선을 뛰어넘어 

항상 그녀를 향해 가지를 뻗어가곤 했다.


그녀는 대지의 척박한 기운에 휩쓸려

원하지 않는 공간에 뿌리를 내려야 했다며

부당한 그늘에 대한 하소연을 늘어놓는 것이었다.

나는 마치 그녀보다 부유한 햇볕을 받으며 

온실 속의 성장에 부러움을 모른 것처럼 

그녀에게 흡수되어 아파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은 쓸쓸한 냉기가 일었다.

과연 나는 뻗어가고 싶었던 숲이 없었던 것일까.

나는 왜 내 나이테에 박힌 옹이를 

하나도 꺼내지 못한 채 돌아오는 것일까.

나무들은 어쩌다가 얼룩진 상흔들을 

저리도 환하게 들추고도 

슬픔이 자동 재생되는 것일까.


내 겨울눈이 반짝이는 날도 있었다.

여린 잎새를 다독이던 햇살마저도 

비바람에 찢긴 사연에 귀를 열다 보면 

자꾸만 넝쿨지는 우울을 어쩌지 못해

누렇게 뜬 젖은 잎으로 다른 나무에 기대어

차곡차곡 쌓인 침묵을 털어낸다는 것이다.


내가 미처 알지 못한 내 자아는

어쩌면 어깨를 다독이던 그 순간부터 

오롯이 싹이 텄는지도 모른다.

그 미진한 싹은 

음습한 기운을 떼어내는 방법을 찾느라

잠시 머문 바람에도 마음을 포갰는지 모른다.


문득 올려다본 하늘은 참 시리다.

벌써 내수피 어딘가는 다음 계절을 꿈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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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세서리의 자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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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의 허허로운 마음자리로 인해

보잘것없다는 절망이 흩어졌습니다.


이종희


댓글목록

<span class="guest">감나무</span>님의 댓글

감나무 작성일

아픈 겨울나무네요.
아픈 겨울나무를 안고가는 그녀도 함께 아플 듯합니다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의 댓글

애린 작성일

견고한 교육을 받고 투입된 정신과 의사들도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아픔이 전위되어
가끔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는다고 하네요.
마음이 편식하기 참 좋은 계절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는 시간을
자주 만나야겠습니다.
늘 평안하세요~♡

<span class="guest">이수영</span>님의 댓글

이수영 작성일

정말 힘들어 얘기라도 꺼내보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어떤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힘들었던 이야기만 했습니다
그날 위로 받고 싶을 만큼 힘들었는데
위로만 하고 왔어요 ㅎㅎ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의 댓글

애린 작성일

어떤 긍정적인 말보다
같은 편 되어서
공감만 해주어도
너무 큰 위로가 되는데요
알면서도 저도 자주 까먹어요
서울엔 눈발이 날려요
늘 해피 입니다~♡

<span class="guest">미리</span>님의 댓글

미리 작성일

아무리 추워도
독거 어르신 반찬 만들어 드리는 봉사팀에
이틀동안 고개만 까딱거리고 왔는데도
거울에 비춰 보이는 입 꼬리가 올라가 보입니다.

동장군이 아무리 힘이 장사래도
마음이 따뜻해지면 못 이길 듯 싶어요.

그리고 족욕만 해도 온 몸에 열이 번지듯
나무의 악새서리도 보기도 이뿌고 자체 발광 열로 나무도 조금은 따땃하지 않을까요?^^
그대의 자체 발광열로 이 홈도 따뜻해집니다.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의 댓글

애린 작성일

참 좋은 일 많이 하시네요~^^
밤에 소나무님 주무셔야 하는데
너무 반짝 거려서 죄송합니다 그랬어요 ㅎ
오후에 감질나게 내린 눈을 맞으며
이골목 저골목 어슬렁 거리다가 왔는데요
이렇게 추운날 맨발걷기는 안하셨겠지요?
몸이 풀리니 벌써 노곤해집니다
삼치나 야무지게 썰어 먹어야겠어요~^^

오아시스님의 댓글

오아시스 작성일

찬바람에 시리 마음 다독여 주는 글감사합니다
애린성 독감이 유행이랍니다
건강 잘 챙기셔요^^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의 댓글

애린 작성일

오래전 사연들을 소환해 완성했네요.
글이 막힐 때 가끔 아득했던 길을 다녀오는 것도 좋아요
쓰잘머리 없는 내 무기력이 빠져나가거든요.ㅎㅎ
아우야말로 감기 조심 또 조심하세요

<span class="guest">솔향채</span>님의 댓글

솔향채 작성일

어제 내린 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오늘은 고향에도 동장군이 찾아와
움크려진 몸으로
홈피 방문 하니 따뜻해 지는 마음은 무슨 연고일까요?

고향분들의 따스한 마음 때문일까요ㅎㅎ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의 댓글

애린 작성일

따뜻하게 바라보시는 솔향채님 마음이
군불이 되고 아랫목이 되어 있어서 그래요.
동장군이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지만
오늘은 저도 냉장고나 파먹으면서
안에서 빈둥거리려고요 ㅎㅎ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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