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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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아시스 조회 251회 작성일 23-11-19 00:11본문
애증 관계
아버지를 시린 바람이 데려갔다.
아들은 그 곁을 지키려는 듯
총총이 따라가는 발걸음을 붙잡을 여지도 없이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나버렸다.
도란도란 들려오는 정다운 목소리에
도회지로 장사 나가셨던 아버지인가?
훤칠한 인물이 스쳐 지났을 뿐인데
아가씨들이 줄을 섰다는 진실 아닌 허풍에
육십 년이 넘는 세월 어깨를 으쓱하던 오빠,
차가운 침묵이 흐르고
영정사진 속에 환한 얼굴뒤로 어둠만이 존재한다.
비친 그림자가 자화상이어서 서로 외면하는 척 살았을까?
남자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가까이 하기엔 먼 모습으로
둘 사이에 팽팽한 공기는 늘 함께였다.
아버지와 오빠는 반짝거림이 고집스러움이 되고
오만함으로 뿌여진 거울을 서로 닦고 닦던,
조각난 파편들 사이로 따스한 햇살 한 줄기
파란 하늘이 보이고 푸른 새소리도 들리나요?
아님, 잔소리에 투닥투닥 하루해가 저물어가는지......
궁금한 것도 많지만 손에 닿을 듯 만져지지 않는
나에 일그러진 두 영웅은 그리움만 켭켭히 쌓여간다.
사노라면,
봄꽃이 활짝 웃는날에 엄마 모시고 마실 온다는
약속은 지킬 수 있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