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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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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나무 조회 423회 작성일 23-11-18 16:04

본문

어제는 첫눈!

함박 눈이 소리없이 소복소복 내려서 우리 모두를 감동시켰다.

센타에 들어서는 아이들마다 신나 소리 친다 

야, 눈이 와요!

아이들은 눈을 보면 흥분되나보다

나도 눈이 좋다.

털모자를 뒤집어 쓰고 우린 걷자고 했다.

가까운 곳에 식당도 많지만 우린 굳지 먼 곳 대구찜 집을 가기로 했다.

눈오는 날은 얼큰한 찜이 제격이라며

ㅋㅋ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센타로 돌아왔다.


오늘은 토요일 월동 준비를 하러 옥상엘 올라가 보았다.  물통에 살얼음이 언 것을 보니 영하의 추위를 실감한다.덮을 건 덮고 씌울 건 씌워서 얼어 터지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우리 선생님들이 아우성이다. 이렇게 추운 날에는 뜨끈한 호박 ???? 죽이 최고란다. 여태껏 쌓아두고 만지고 만져 빤질빤질 닿은 녀석들 어느 것을  골라볼까?  아무래도 하나로 모두를 만족시킬 맏이 국화가  제격인 듯 하다. 녀석을 덥석 안고 부엌으로 와 반으로 쪼개 봤더니 호박 속이 어쩌면 그렇게 곱고 먹음직스러운지 잘 손질하여 폭폭 고았더니 노란색이 참으로 예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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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우리 집엔 감이 참 많았다.가을이 되면 빨갛게 익은 감들이 감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빨리 거둬주기를 기다린다.

어머니는 정말 많은 감들을 따서 큰 상을 뒤집어 쌓아 두기도 하고 독에 넣어 보관하고, 바구니, 다라니, 곳곳에 보관하고, 곶감을 썰어 말리기도 하고, 커다란 호박 꼭지를 따고 호박 속에 감을 보관 하기도 하였다.그 중에 제일 맛있는 것은 호박감인데 호박감은  요즘의 과일 샤벳트와 비슷하다 사르르  살얼음이언 호박과 감이 뒤엉켜 뭉그러진 그 샤벳을 한숟갈 한 숟갈 떠 먹을 때 마다 목줄기를 타고 넘어가는 달콤하고 알싸한 듯 차가운 맛은 진짜 천국이다. 어머니는 호박감이 아이들 건강에 좋고 감기에 최고라며 최대한 많이 만들어 높은 덕채 위에 켜켜이 쌓아 두셨다. 덕채는 어른 키 2배 정도 높은 천정에 메달려 있는데 우리는 사다리를 놓고 참 많이도 오르내렸었다.


호박감 만들기

1.커다란 호박을  깨끗이 준비한다.

2. 감을 꼭지가 달린 상태로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한다.

3. 호박 꼭지 주위를 좀 커다랗고 형태가 완전하게 잘라서 보관한다.

4. 호박 속 살부위는 남겨두고 씨앗쪽을 숟가락으로 파서 항아리 모양으로 만든다.

5. 그 속에 감을 넣고 호박 꼭지를 덮어서 촛농으로 밀봉한다.

단단히 밀봉을 해 두었기 때문에 상하지 않고 오래 보관되어 감이 귀한  한겨울  마지막에 먹는 것 중에 하나였다. 가을부터 한겨울을 나면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호박속살과 감이 자연스럽게 뭉그러져서 서로의 맛을 나눠 갖게 되어 호박과 감 맛이 뒤엉킨 오묘한 맛이 나고 일단은 건강에도 좋은 건강식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추운 겨울에 찬 갯바람 씽씽 부는 곳을 헐벗고 뛰어 다녀도 감기 한번 걸리지 않고 건강했었다.


겨울감 먹는 순서를 살펴보면,

먼저 그릇과 상 위에 담아 놓은 덟은 감이 하나씩 익어 홍시가 되기를 기다린다.

감이 익어 가는 속도도 정말  느렸었다. 우리는 완전 대가족! 식구가 참 많아서 처음부터 식구 모두가 다같이 먹을 수 없다. 감이 익기 시작하면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께 먼저 드리고  또 다음날 또 다음날 우리 순서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그래서 우리도 비상 수단이 있다.

감을 따는 날은 작은 꼬맹이들 발걸음도 바빠진다. 감을 책상 속에 쌓아두고 천정 벽 속에도 숨겨둔다. 그러다 꼬맹이들 정신 빠뜨리고 잊어 버리면 책상도 책도 천정벽도 갈색물이 번져나고 그때서야 앗차! 

어머니께 엄청 혼나고 또 다음 해에도 반복된다.

두 번째는 각 방의 못이란 못에 감나무를 꺾어다 감을 걸어둔다.

이방 저 방을 다니며 여기저기 주렁주렁 매달린 감을 보다 보면 그저 예쁘고 좋아 꼭꼭 한번씩 쓰다듬어본다 . 벽에 매달린 감은 시간이 지나 말랑말랑해지고 더 기다리다 보면 쪼글쪼글 해지면 하나씩 사라진다. 그러다 보면 한겨울이 되고... 

세번째로 호박감을 어머니께서 풀어 주시고

마지막엔  칼로 얇게 잘라서 가을 지붕을 빨갛게 수 놓았던 말린 곳감을  먹는다.

곶감 맛도 쫄깃쫄깃 좋았는데  나중에 반건조 곶감이 더 맛있다는 걸 알았다

그 당시엔 우리 어른들이  너무 바빠서 반건조 곶감 만드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지금 호박죽이 끓고 있는 것을 보고 있는데도 나는 그 호박감이 너무 먹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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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오아시스님의 댓글

오아시스 작성일

엄마의 손맛이 그리운 밤이네요
성들 솜씨는 대단하네요^^
~~~호박죽도 뚝딱뚝딱
~~~~호박감은 추위가 무르익을수록 생각납니다

<span class="guest">청춘</span>님의 댓글

청춘 작성일

묵고는 싶소만
나이든께
당 숫자가 높아져부러
그림에 떡이요
귀경만 하고 갈라요
호박죽 참 맛나게 보이네요 ㅎ

미리내님의 댓글

미리내 작성일

우리 집 앞에도 무지 오래 산 똘감나무가 있었는데 호박감은 처음 듣네요.당연 안 먹어 봐서 그 맛이 궁금하기도....
우리집에도 호박이랑 대봉감 있는데
개인적으로 물어보고 만들어볼까요?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

애린 작성일

호박감, 익숙한 듯하지만
너무 특별해 보입니다
먹어보지 않아도
마치 그 맛을 다 알아버린 것처럼
설명에 의존한 제 미각은
너무 앞서갑니다
어제 첫눈이 내렸다는데
다행히 저는 못 보았어요
근데 왜 다행이냐믄요...
기다릴 수 있잖아요 ㅎㅎ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편안한 밤 보내시고
따뜻한 새주 만나세요~♡

<span class="guest">감나무</span>님의 댓글

감나무 작성일

오아시스님 청춘님 미리내님 애린님 반갑습니다.
요즘 제가 개인적으로 넘 바빠서 자주 들리질 못해 많이 아쉽습니다.
빨리 정리하고 올께염
님들의 좋은 글 읽을 때마다 뜨거운 그리움이 울컥울컥 솟아 납니다.
멋진 글 감사하고 많은 속삭임 고대합니다.

<span class="guest">솔향채</span>님의 댓글

솔향채 작성일

호박감~
처음들어 보는 단어네요
한번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도대체 저 맛은 어떨까?
늙은호박의 특유한 맛과 떫은감이 홍시가되어
서로의 다른 단맛이 어우러진 맛?

어릴적 저희집에도 또바리 떫은감이 생각나네요
어찌나 그 큰 나무에 주황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면
성질급한 감은 채 익기도 전에 툭 떨어져서 아침일찍 일어난 자만이 그 덜 달달한 홍시를 먹을수 있었는데
그 또바리 감을 따는날 긴 대나무를 베어다 꼭대기에 반으로 갈라서 나뭇가지끼우고 높은 가지에 달린 감을 갈라진 대나무 사이로 집어넣어 돌리면 툭하고 떨어졌는데
아버지의 손 놀림은 정확 했다
그 많은 감을 삼분의일은 소쿠리에서 홍시가 될때까지 두고 날마다 손진맥으로 가려서 맛을본다.
또 삼분의일은 큰 장독에 차곡차곡 넣어서 팔팔 끓인물을 부어 3일정도 두었다 꺼내먹으면 그 떫었던 맛이 모두 사라지고 달달한 단감 맛으로 변한다.
또 삼분의일은 곶감으로 말린다.

조상 대대로 내려왔던 방식이지만 옛날 부모님들의 지헤로움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감나무 한그루가 주는 기쁨.
그땐 몰랐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으로 고마운 감나무였다.

몇년전 큰 태풍으로 인해 넘어져 베임을 당해 참으로
아깝고 안타까웠지만
그 오래된 감나무를 잊을수가 없다.
세월이 흘러도
가을이면 생각나는 나의 어린시절 간식나무였는데~

아마 모두가 어린시절 집안에 감나무 한그루는 다 있었을터

감나무님
덕분에 호박감 한번 도전해 보고싶은 마음이 생기네요
좋은 맛난글
감사합니다.

<span class="guest">감나무</span>님의 댓글

감나무 작성일

솔향채님 그렇지요.
그옛날 우리들의 단골 간식거리 감이 있었지요.
봄엔 감꽃 목걸이 감꽃팔찌
여름엔 감나무 그늘에세 매미 소리 들으메 하오를 보냈고
가을엔 브이자로 입을 만든 장대나무들고 감나무 아래를 누비고 다녔지요.
감나무가 없었으면 무슨 맛으로 살았을까 싶어요
참으로 고마운 간식 동무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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