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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은 타오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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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산벚나무 조회 633회 작성일 23-11-15 11:39

본문

금오의 지붕 대부 능선을 넘나드는 등산로는 섬 산치고는 나름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지고 있어 지루할 틈 없이 곳곳에서 이름에 걸맞은 조망을 터뜨린다.
짙은 녹음과 다양한 수종은 섬산들중 단연 최고이며 그 빽빽함이 오죽했으면 바닷길을 지나던 뱃사공들이 멀리서도 느껴질만큼 검게 보인다고 해서 거무섬이라 불렀겠는가.

이렇듯 높고 낮은 봉우리와 암릉으로 생성된 대부 능선은 망산-매봉-하반-옥녀봉-칼이봉-문바위-대부산-마당지-병풍바위산-함구미등-절터와 같은 명소들을 거느리고 매년 수많은 탐방객들을 금오로 불러들이고 있다.

동바다 새벽녘의 찬란한 여명과 대부 능선의 담대한 호연지기를 담기위해서는  대유와 여천 사이에 가파른 줄기를 세우고 있는 칼이봉 구간도 제격이다.
 

발걸음은 느진목 안부를 오르고 있다
느진목 안부는 대유와 모하 석문동을 오갔던 옛 고갯길이다.
우학리 검바위  등산로 입구 선 옥녀봉-연화봉을 건나야 만날 수 있다.

간간이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는 눅눅한 산길을 예상했지만 안부를 타고 넘는 청량한 해풍이 고온 다습한 물안개를 밀어내고 우거진 수목 사이의 피톤치드가 발걸음을 가볍게 떠밀어댄다.

느진목 안부를 지나고 된목골 골짜기 길을 돌아들어 칼이봉 등고선에 다 달으니 고산대 공간을 지배하고 있는 소사나무 군락이 문바위까지 양 갈래 길을 방책처럼 진을 친다.


소사(아사리)나무하면 잊지 못할 추억들로 가득한데 연료가 나무밖에 없었던 시절 최고의 불탐으로 식생활과 난방을 해결해 주었던 에너지 공급원이었다.
겨울이면 일 년 내내 소비할 철 나무를 하려고 한 철을 산속에 살며 아사리 나무를 낫과 톱으로 베어 지게에 지고 이동이 가능하겠금, 매팅개라는 나무줄기로 둥그런 다발(묶음)로 틀어(묶어)서 일정한 곳에 쌓아두고 건조되면 매일같이 지게에 짊어지고 가파른 덜밭이나 비렁길을 오르내리며 운반하는 고통을 잊을 수가 없다.


송아지가 태어나자마자 걸음걸이를 하듯이 우리의 유년 시절도 이에 못지않으리라~
지금의 등산로에는 팔뚝보다 굵은 아사리 나무가 고사목이 되어 지천에 깔려있고 하늘을 가리는 울창함으로 등산객들의 그늘을 제공하지만 그 시절에는 언감생심이며 지금에 와서는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없다.


칼이봉이란 지명은 뭔가 위압감을 주기도  하지만 친밀하고 신비스러운 기시감이 들기도 하는 이름이다.
그러나 정상에 오르고 보면 평이한 산길에 지나지 않으며 이렇다 할 보잘 것 없는 산등성에 불과하다.
등산로를 가운데 두고 치솟은 소사나무 도열을 빼고는 섬산 특유의 이렇다 할 조망이나 산세가  없다보니 헐떡이는 숨소리마저 달래 주지 못하고 서 있는 이정표마저도 원망스러울 때가 있다


이제는 실망하지 마시라.
등산길에 칼이봉 정상에 오르면 오른쪽 여천과 대유 마을 가르는 등서리 숲을 헤치고 조금 내려가면  조망의 진수를 경험하게 되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지나 가면서도  무언가 공허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는데 오늘 그 이름값에 걸맞은 명소를 찾게 되어 앞으로는 등산객의 마음속에서도 한자락을 차지할 것이다.

다다른 여명 바위에 올라 한 마리의 앨버트로스가 되어 동녘 바다의 하늘을 훨훨 나르면 무변광대의 진리가 스치고 지나간다.
도도하게  넘실거리는 남해바다의 청잣빛 물결은 상상의 나래를 자극하고 크고 작은 배들은  이류무가 머무는 수평선에 가물거리며 수없이 떠있다.
돌산도,남해도,욕지도를 지나 해류의 잔상에 가려지는 희미한 섬들마저도 아련하다.
 

구릉 아래에는 동 바닥의 수려한 포구들이 눈을 뗄 수 없이 경외스럽고 배다여-문여- 가려여-머구섬-구몽섬-삼도가 그림 같은 모습으로 금오열도의 푸른 수면을 수놓고 있다.
욕망을 자극하는 가막만-
역동의 금오수도-
심중을 가늠치 못하는 동녘바다-
이렇듯 금오열도를  들고나는 심연의 해류는 태반을 묻은 이 땅의 원류이기도 하다.

이 위대한 대 자연의 스펙터클한 장관이  펼쳐지는 칼이봉 여명 바위를 비켜가는 우를 범하는, 아니 자연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길만 보이는 지금의 등산로는 어떻게 조성된 걸까?

어떤 일을 기획하고 과정을 수렴해서 그 결과를 도출하여 대중에게 평가받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누군가의 희생과 노력이 수반되어 한다.
이건 사람이 사는 방법과 사고가 다르기에 거기에 따른 비판과 논쟁을 감내하기란 두렵고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려면 어쩐가! 이 아름다운 동녘 바다에 여명은 타오를 테니ㄲㅏ. 

댓글목록

미리내님의 댓글

미리내 작성일

그럼요 날씨만 좋으면 매일 여명은 타오를테지요
신선놀음이 따로 없으십니다.

<span class="guest">청춘</span>님의 댓글

청춘 작성일

산벚나무님
표현 하나하나가 정말 가슴에 와닿는 달필이십니다
생생한 감동 그 자체입니다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

애린 작성일

바뀐 아궁이와 끊긴 인적으로
소사나무는 오래오래 번식의
기쁨을 누렸겠네요.

우리의 열망이 높다란 벽을 투과해
아치형의 예쁜 터널과
시원스레 펼쳐진 바다 조망이
조화로운 풍경을 이루는 멋진 길이
이어지면 참 좋겠습니다.

<span class="guest">산국</span>님의 댓글

산국 작성일

소사나무로 말뚝을 해 박으면 잘 썩지도 않고 오래가지요.
목재의 단단하기로는 박달나무에 버금 갑니다
나무를 잘라내고 그 밑둥에서 돋아나는 새 잎은 고라니도 좋아해 참 잘 뜯어먹습니다.
수려한 문장이 돋보이는 좋은 글입니다.

<span class="guest">금오도민</span>님의 댓글

금오도민 작성일

글을 읽고 있으니 그 길이 훤히 보이네요
칼이봉으로 향하는 그 길목과 너머의 문바위...
칼이봉에서 바라본 황홀한 동바다 풍경...
소사나무가 방벽을 치고 그 사이로 걸러진 해풍이 열기를 식혀주던 곳
그곳의 묘사가 너무 절묘해 감탄이 절로 나네요

<span class="guest">솔향채</span>님의 댓글

솔향채 작성일

소사나무가 지천인
그 숲사이로 난 어느새 걷고있네요
얼굴에 스치는 시원한 바람 펼쳐지는 섬! 섬! 섬!
눈을 살며시 감으며 올 봄에 다녀왔던 대부산~
그때는 연두빛 소사나무 잎사귀가 어찌나 예쁘던지
꽃보다 더 예쁘다며 다들 감탄사 연발

간간이 보이는 춘란이 그 모진 차가운 겨울 바람이겨내고
고운 자태로 우리를 반기던
어린시절에는 그 또한 지천으로 군락을이루며
춘란의 꽃대를 꺽어 한입 넣으면
달작지근한 맛에 ~
지금생각해보니 참으로 어리석은 행동이였다는
미안함이 업습하네요.
등산객으로 인해 많이 채취당하여 지금은 귀하디 귀한 우리네 춘란 어제쯤 다시 군락을 이룰 때가 올지?

금오열도 홈페이지를 사랑는 많은분이 계시기에
우리네 유년시절을 소환하여 글로 표현하고 그땐 그랬지 서로 공감하고
이곳이 아니면 우리네 이야기를 고향이야기를 어디에다 표출하리요.

나의 따분한 일상속에 이곳이 힐링의 공간이고
쉼의 공간이기도하지요.
다들 글 쓰는 재주가 좋아 작가들이구나!~ 감탄하며
산벚나무님이 누구신지? 궁금증 발동ㅎㅎ
멋진 글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

<span class="guest">청춘</span>님의 댓글의 댓글

청춘 작성일

솔향채님
궁금한 분들은 애린님께
문의 하시면 바로 정답
줍니다 ㅎ ㅎ
솔향채님 !
굿 하루 되세요

<span class="guest">감나무</span>님의 댓글

감나무 작성일

맞아요
여명은 타오릅니다.

산벚나무님의 댓글

산벚나무 작성일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글을 읽으면서 어디서 그런 동질감에 몰려 오는지 저도 깜짝 놀란답니다.
옛날 같으면 가깝기로는 혈육이나 다름 없는 분들이지요.
서로 공유할수 있는 소재를 찾아 그 뜻에 부응하려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산책로에 자생하던 산국(들국화 종류)꽃이 군락을 이루어 가며 덤버지로 피었습니다.
송이송이 어우러진 노란 꽃무리를 보니 저만 보는 것이 너무 아까워 좀 더 활성화시켜 내년 가을에는 금오홈 매니아님들을 초대하여 산국 축제를 한번 개최할까 합니다.

<span class="guest">솔향채</span>님의 댓글

솔향채 작성일

ㅎㅎ
좋아요!, 좋아요!~ 산국 축제도하고
서로의 얼굴도 보고요

굿 아이디어입니다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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