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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도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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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산벚나무 조회 549회 작성일 23-08-27 13:28

본문

안도에서 아침을 먹고 금오페리에 차를 싣고 서고지항을 경유하여 신강 수도를 건너 취북산을 돌아 역포항으로 들어선다.
두개의 바다를 품은 역포항은 옛날 조정에서 제주도로 갈 때 이곳을 거쳐갔다고 하며 마을 어귀에 '역마터'라는 곳이 있었는데 이러한 연유로 역포라 부르 게 되는, 섬마을 지명치고는 꽤나 유서 깊은 마을이다.

마을 해변을 가르는 배비곶이란 돌출 해안의 방파제는 섬 마을의 안정감을 주는데는 부족함이 없다.
선착장에 내리면 첫인상에 남을 법한 배비곶 협곡 길과 양쪽 포구를 가득 채운 남색의 짙은 바닷물은 먼바다의  낯섬과 존재감을 한껏 부추긴다.

산 중턱길에 오르면 동녁 바다가 크고 작은 수많은 선박들을 종이배처럼 띄운 채 끝없는 수평선 너머로 향하는, 이곳이  육 지서 얼마나 먼 곳 인지 원근감을 느끼게 해준다.

땅포 마을 뒷산을 벗어나니 또 다른 서북녁 바다가 펼처지며 알마도와 세상여 너머에 금오도의 매봉과 대부 능선도 아스라하게 관측된다.
내려다보이는 땅포항에는 에너지 자립섬답게 태양광 패널과 나열된 양식장 지붕이 모형도처럼 놓여있다.
땅포 고개를 넘어서면 수산업 전진기지, 천혜의 자연항, 연도항은 그 길이만큼이나 한가롭다.
넓은 물양장에는 수거해다 놓은 정치망 그물이  어부의 손질을 기다리고 있다.

소리도는 원도권 낚시로도 유명하지만 각종  어류의 풍성함으로도 유명하다.
정치망 어장은 오랜 전통과 높은 어획고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시월이 다가서면 풍어를 맞이하는 삼치잡이는 간장소스에 김을 곁들어 먹는 그 맛만큼이나 금오열도의 대표적인 어장이라 하겠다.
연도 마을에는 해녀들이 상시 거주하기에   날씨만 좋다면  그날 채취한 자연산 전복, 해삼, 홍합 등 다양한 해산물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객지 생활할 때 포장마차에서 손바닥만 한 크기의 홍합을 굽는 걸 보고 '얼마냐'라고 물어보니 한 개에 '만 원이다'하면서 새벽에 '여수에서 올라왔다'하기에 연도 해녀가 딴 거구나! 하며 소주 한잔  꺽은 추억이 있다.
그 크고 앙큼한 맛은 지금도 입안 가득 각인되어 있기도 하다.

덕포항으로 가는 길에 남부길로 가다보면  가랑포 마을이 나온다.
가랑포 해변을 따라 안뜰재ㅡ소룡단ㅡ소리도등대ㅡ덕포마을까지 아름다운 해변   탐방로가 조성되어 있다.
가랑포 마을은 샛바람(동풍)이 불 때면 파도에 밀리는 자갈 부딪치는 소리에 갓 시집온 새색시가 잠을 이룰 수 없어서 한번 울고, 해가 거듭할수록 이 자갈 소리가 아름답게 들려 떠날 때는 자갈소리를 잊을   수 없어서 한 번 더 운다 할 정도로 높은  파도 이야기는 유명하다.
훗날에는 가랑포의 파도 이야기가  윈드서핑 이야기로 회자되기를 기대해 본다.

붓끝을 닮아 필봉산이라 부르는 이산은 어디서나  잡힐듯한 소리도의 마스코트다.
옛날에 봉화대가 있던 정상에는 레이더 가 있고 주변 산자락엔 신석기시대의 무문토기, 즐문토기, 신라 토기 등 파편들이 발견되어  한반도 최남단 도서지역에도 신석기 시대부터 사람이 거주했음이 확인되고 있다.

필봉산을 돌아 묵은 들판 길을 내려가면 하얀 물결이 밀려드는 몽돌 포구를 만난다. 

아기자기한 좁은길은 명품 마을 간판으로 요란하다.
이곳이 여수반도를 따라 알알이 뿌려진 금오열도의 최남단 끝 마을 덕포 마을이다.
회색빛 몽돌이 깔린 해변 한 귀퉁이에 차를 세우고 몽돌 포구를 건너 소리도 등대로 향한다
길을 가다 돌아보게 되는 북쪽 해안 끝의 삼단 돛단배같은 대암의 절경들이 이목을 사로잡는다.
이곳에서 좀 더 가면 소리도의 명물 코끼리 바위와 중국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러 보낸 사신의 글씨가 음각된 농끝 바위도 만날 수 있다.
과거 동아시아 바닷길에서 소리도가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지 새삼 일깨워 주는 대목이다.

아! 등대다.
광달거리 사십 킬로미터로 제주도ㅡ거문도ㅡ소리도를 지나 한반도로 이어주던 뱃길을 세기를 넘기며 밝혀 왔다.
아무도 모르고 끝도 모르는 머나먼 수평선에서  등대에 서있는 하얀 소녀에게로 한줄기 남풍을 실어다 준다.
소룡단과 대룡단 푸른 언덕에 동화 속에서나 나 올법한 하얀 등대는 그렇게 서 있었다.
오랜 풍화 작용과 침식이 이루어 낸 솔팽이 굴과 쌍 굴 주변은 가파로움의 신비가 붉은색으로  침화되어 주변 일대가 감동적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
솔팽이 굴안에 들어가면 마을 부엌 솥에서 누룽지를 긁는 소리까지 들린다고 하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전해진다.

등대에서 소룡단으로 가는 길은 다양한 수목들이 바다에 다가설수록 풍파에 시달려 키를 낮추었고 다이내믹한  갯바위는 그 명성만큼이나 꾼들로 가득하다.
공룡이 꼬리만 남기고 바다로 잠수 한 듯한 불가사의한 형태의 소룡단은 지질 학계에서도 높게 평가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해안단구다.
소룡단 끄트머리에 서면 더 이상 나아갈   수도 없는 절명 그 자체이다.
그 끄트머리에 서서 찰랑대는 물결을 보노라면 무량대수와 같은 이 광활한 자연 앞에 인간은 얼마나 더 작아 저야 되는 것인가?
어느 철학교수가 해주었던 말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자연이 신이고 주님이다'

<에필로그>
차를 세워 두었던 덕포 해변으로 돌아오는 길에 일행들을 에스코트하는 어디선가 본 듯한 인상 좋은 아주머니를 마주치게 되어 잠시 덕담을 나누면서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금오도가 고향이다고 하자 자기는 부산 사는데 자기도 소리도가 고향이서 가끔 지인들을 데리고 놀러 온다고 한다.
그럼 혹시 '미리님이 아니냐 ?' 고 하자  '아니다' 라고 해서 금오도 책을 한 권 드리면서 이 책 속에 미리님이 쓰신 [소리도 등대] 란 글이 있는데 읽어보시고 아시는 분 같으면 꼭 연락 좀 해 달라고 '왜? 그러냐고' 해서 작가분들에게  이 책을 전해 드리고 있는데 연락이 되지 않아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하자.
알았다 하고 헤어졌는데
 

댓글목록

<span class="guest">감나무</span>님의 댓글

감나무 작성일

소리도 연도
흐르 듯 친근하게 다가오는 여행기 참 잘 읽었습니다.
곧 동창회를 금오도에서 갖게 되었는데
이 여행기가 소리도 연도로 자석처럼 우리를 유혹하네요.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

애린 작성일

지금, 아니 그곳에 태를 묻은 분들보다
더 또렷하게 연도를 풀어놓으시다니
완성도 높은 글 한편 남기기 위해
분주했을 산벚나무님 필기도구가
새삼 반갑고 감사합니다.

언젠가 소리도를 다녀오면서
늘 남쪽에 두고 보았던 알마도가
북쪽에 가 있는 풍경에서
낯선 모습을 발견하며 두근거렸듯이
산벚나무님의 언어로 재 설정된 소리도는
마음을 그곳으로 이끌어 내고는
직접 걸어보고 싶게 합니다.
귀한 글 잘 감상했습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

안개님의 댓글

안개 작성일

소리도를 단아 하게 풀어주신 산벚나무님의 글을 읽고
한번 가보고 싶어집니다.
옛날 옛적에 국민학고는 한번 가본적이 있어
더둑더 끌리는것 같아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span class="guest">두망안</span>님의 댓글

두망안 작성일

어릴적에 서고지에서 배타고 소리도 등대로 소풍간적이 있는데 새삼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오늘도 마니 웃고 행복하세요^^

<span class="guest">솔향채</span>님의 댓글

솔향채 작성일

직장다닐때 10여년 전에 낚시배를 빌려서 등대아래 바다에
배를 묶어두고 점심을 싸들고 등대로 올라가서
식사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날씨가 좋아서 상백도, 하백도, 거문도까지 보여서
잘 왔다고 입을 모아 칭찬했던곳

참 멋진 곳이 였지요
자연을 반찬삼아
점심도 꿀 맛이 였는데~~

<span class="guest">미리내</span>님의 댓글

미리내 작성일

^^
그 미리 바로 접니다~~
장난기 발동하여 그 글 쓸 때
뒤 내를 빼고 올렸는데
다행인지 글 삭제할 때 눈에 띄지 않아
살아 남은 모양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어찌 저를 몰라보고 찾을 수 있당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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