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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다리에 숨겨놓은 추억

페이지 정보

작성자 콩심이 조회 742회 작성일 23-08-24 10:04

본문

이야포 구름다리는 우리들의 꿈이 머무는 곳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어가던 소나무가 그늘을 내주면

바람은 마치 그곳이 제 쉼터인 양 놀다 가곤 했다.

그냥 지나칠 수없는 그곳은 언제나 섬아이들의 떠드는 소리도 함께 했다.


초등시절 우리 친구들은 토요일만 되면 

도시락을 싸와서 구름다리 자갈밭 사이에 숨겨두고 학교로 갔다.

수업 내내 도시락 생각에 공부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마음 졸이던 우리와 달리 도시락은 언제나 

우리가 수업을 끝내고 도착할때까지 무사했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우리는 

서로의 도시락 반찬을 나눠먹으며 조잘거렸고 

다 먹고 나서는 소꿉놀이로 해가 지는줄 몰랐다.


구름다리가 앞에 있는 둥그런 해안선은 

바다와 자갈이 서로를 밀고 당기느라 소란스러워도 

우리에게는 어디에도 없는 참 좋은 놀이터였다. 


바닷물이 빠지는 썰물때면 고동 들은 자갈사이에 숨어 

바닷물이 다시 돌아올 때를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고 

그 찰라를 우리는 놓치지않고 고동을 잔뜩 잡았지만 

집으로 돌아 갈때면 바닷속으로 고동을 던져주며 

"다음 토요일에 만나자"며 아쉬움을 전했다.


어느 날은 구름다리에서 노래자랑을 했다. 

선배들이 만든 즐거운 놀이였다.

학용품과 과자로 상품을 준비한 선배들은 노래 대회를 하며 놀고 있었고

집으로 곧장 가고 있는 나를 상품으로 붙잡고 노래를 시켰다.

나는 무슨 용기였는지 '과꽃'이라는 노래를 불렀고 

키 작은 내 노래는 우렁찬 박수로 최우수상과 함께 공책 상품을 받았다. 

노래자랑 후부터 나의 인기는 하늘 높이 올라갔다.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등 학교 행사 때가 되면 

앞에 나와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되었다. 


올여름에 들린 구름다리는 자갈밭 경계선에 

제법 높은 담이 있었고 소나무 사이에 

편하게 쉴 수 있는 평상이 있었지만

내 유년의 구름다리는 정돈 된 다른모습으로 변해있었고 

사이 사이 소나무들은 또다른 모습으로 

바람을 머금고 있었다.


하지만 내년에도 나는 잊지 않고 그곳에 가고 싶다.

세월이 너무 흘러 정겨웠던 풍경이 아무리 변해도

내가 남겨둔 구름다리의 추억은 변함없으니까.

댓글목록

애린님의 댓글

애린 작성일

세상에 도시락을 어느 쪽에다가 숨겨두었나요?
하교 시간 구름다리가 놀이터였다면
살던 곳은 이야포나 서고지가 분명하데
노래는 내가 아는 후배가 참 잘 불렀는데요 ㅎㅎ

우리의 유년에 구름다리가 있어 얼마나 다행이고 행복인지요
많은 선배 후배들의 졸업사진 장소이기도 했던 그곳에
무성했던 소나무가 많이 사라져서 아쉬웠지만
정말 아름다운 추억의 보물창고였지요

글이 단아하면서 뭉클하게 하는 감동이 있습니다
두고두고 꺼내보고 싶은 참 예쁜 추억
귀하게 펼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주 뵙기를 소망합니다~♡

<span class="guest">감나무</span>님의 댓글

감나무 작성일

콩심이님
예쁜 추억 깨알처럼 잘 담아 주셨네요.
꼬맹이들의 아기자기한 모습이 눈 앞아 그려지는 듯 합니다.
반갑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볼 수 있었슴 합니다.

안개님의 댓글

안개 작성일

세상에 토욜마다 학교갔다 오길 기다리던 도시락들
주인들을 만나 반가웠겠네요.
고동을 잡아서 바다로 되돌려주는
이쁘고 고운심성들
콩심이님 글 유년의 때 같이
신선하고 아름답네요.
자주 만나뵙길 기대합니다.

콩심이님의 댓글

콩심이 작성일

안녕하세요?
지난봄에 제가 뒤늦게 미술공부를 시작하면서
전공 과목중 글쓰기 부분이 포함 되어있어 평소에 글쓰는 게 부족해
이과목을 수강하면 글 잘 쓰는 줄 알고 신청했는데
바로 작품 글 내라는 바람에 어떤 이에게 사정사정해서
공짜로 몇 번 지도를 받았습니다.
그게 꼬여서 틈만 나면 글 값 내노라고 하는바람에
강압에 못 이겨 글을 썼는데 글쓰기는 정말 너무 힘듭니다.
글 지도해 준 이의 열정에 열심히 필사하며 노력 했지만
터득한 게 겨우 여기까지입니다.
근데 참 신기하게 글 쓰다 보니 추억이 떠오르네요.ㅎ
저는 지금 부산에 살고 있고 고향은 안도리입니다.
행복이 머무는 곳 바로 금오도 홈피네요^^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애린님 감나무님 안개님 감사합니다~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의 댓글

애린 작성일

몇번 지도받고 이정도면
지도해준 사람은 정말 재미지겠네요 ㅎ
응원합니다 ^^

<span class="guest">감나무</span>님의 댓글

감나무 작성일

멋지네요!

<span class="guest">솔향채</span>님의 댓글

솔향채 작성일

아유ㅎㅎ
언제나 꺼내 볼 수 있는 우리내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보물 창고
그 맛난고동를 다시 바다로 보내고 나 였음 들고 집으로 고고ㅎㅎ
잼나는 글 감사요

<span class="guest">감나무</span>님의 댓글

감나무 작성일

이야포 구름다리 꿈이 머무는 곳
아기자기 소중하고 멋진 추억들
참 재밌고 좋았습니다.

이달의 추천작으로 선정되셨던데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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