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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모초등학교

2024년 상반기 동창회를 고로쇠와 함께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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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옥선 조회 275회 작성일 24-03-07 01:59

본문


 

친구야

올해는고로쇠와 함께 동창회를 갖자

두말할 것도 없이 오케이다.

새 순이 돋아나기 전 이 맘 때가 되면

일 년 내내 땀 흘려 일하고 겨울철 동면을 깨우는 기운으로

금오도에서는 고로쇠 물먹으러 가기란 명목의 묻구경 사적행사가 있었다.

외로운 낙도 이곳에서 묻으로 나가는 일은 그리 흔치 못하다.

그래서 이 일이 연중 큰 행사가 되어 모두를 들뜨게 한다.

, 돼지, 닭 등 등등 돌봐야 할게 너무 많아 집을 비우는 일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여행 떠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 묵시적 연중행사를 우리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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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

드디어 우리는 전국 각지에서 연어가 본향으로 회귀하듯 지리산 기슭으로 모여 들었다.

우리는 봄맞이 산천초목도 구경할 요량으로 이른 새벽 길을 나섰다.

그런데 화개장터에서 1차로 만나자는 총무의 통보

우리는 계획을 변경하여 화개장터로 곧장 직행 했다

장터에 도착해보니 인파가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게 무슨 일이지?
가는 날이 장날이란 말이 딱 맞는 표현이다

화개장터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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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 입구에 들어서니 봄의 전령 쑥 버무리개가 구미를 당긴다

친구가 덥석 구매하여 우리에게 하나 씩 내민다

입술에 옷자락에 하얗게 콩가루 묻혀가며 먹어보는 쑥 범벅

입에 착착 달라 붙는 그 맛이 그만이다. 눈을 옆으로 돌려보니 탐스런 송이버섯들이 우리를 끌어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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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이것 저것 말짓도 시키며 맛보기도 열심히다.

향긋한 버섯 향에 취해 몇 팩을 손에 든다

매화 묘목엔 붉은 꽃이 벙글고

섬진강 특산품 왕벗굴도 무더기를 이루며 쌓여있다.

수족관엔 은어 떼가 무리지어 출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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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할머니의 때 이른 봄 나물도 선보이고

우리는 풍물놀이 소리에 발걸음이 이끌려 떠밀려 간다

각각 타지에서 출발한 친구들도 풍물놀이에 홀린 듯 그곳으로 모여들었다.

친구야 반갑다.

일찍 왔네?

응 너희들도 빨리 왔구나!

뭐가 급했던지

 사실 우린 5시간이나 일찍 도착해서

구례 화개장터 구석구석을 기웃거리며 친구들을 맞이 하고 있는 것이다

반짝이는 섬진강 은어 떼의 유혹을 못이겨

우리는 점심을 은어 회, 은어 튀김으로 갈음하기로 하고 자리를 잡았다

노란 은어 튀김이 입맛을 돋군다

나무 뚜껑이 덮인 양푼이 들어와 뭔가 궁금증을 자아낸다

친구 왈 뚜껑을 열면 안된다고 주의를 준다

더욱 호기심 발동하여 살며시 열어보니

아뿔사 은어가 양푼 안에서 뛰고 있다.

얼른 뚜껑을 닫고 조용해지길 기다렸다

주저 되었지만 마음을 단단히 부여잡고 은어를 크게 한입 깨물어 본다

아얏! 외마디 소리가 귀청을 두드리는 듯 하다

시간이 지나니 서서히 파닥임도 사라지고

그 때부턴 편안한 맘으로 신선하고 고소한 은어 회에 막걸리 한잔을 곁들여 가며 맛깔진 점심을 먹고

친구들과 목적지인 노루골 팬션에 도착했다

묵직한 탁상을 한 줄로 모으고

총무가 주도 면밀하게 준비해온 음식물들로 

고로쇠를 유인하며

마치 막걸리를 주거니 받거니 

고로쇠 잔엔 이야기꽃으로 가득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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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닭백숙, 한정식 차마 저녁을 먹을 수 없어 그 잘 차려진 저녁을 한두 젓가락 맛보기로 끝내고 포만감을 어찌할 수 없어 저녁 산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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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지리산 공기가 콧 끝을 자극하고 우리의 콧구멍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밤새워 지리산 오솔길을 걷고 싶었지만 산 맷돼지 출몰 한다는 말에 지레 겁먹고 우리는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숙소에 돌아와 보니 고로쇠 잔 돌리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자정이 임박해져서 우리는 각자의 숙소로 돌아와 자리에 누웠는데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참여 하여 누울 곳이 없어 새우 잠을 잤지만 친구들의 열띤 호응에 기쁨이 앞섰다.

근사한 산채 한정식으로 아침을 먹은 후

우리는 지리산 맑은 물 맛을 느끼지 않고는 자리를 뜰 수 없기에

가던 길을 멈추고 계곡 징검다리로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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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상태의 녹차 밭도 기웃거려 보고

광양 매화 축제를 들리자는 친구 제안에

우리는 갈길를 뒤로 하고 광양청매실농원으로 향했다.

도착해 보니 이곳도 인산인해!

따뜻한 햇살 아래 운치 있는 매화 꽃길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걷는 이 시간이야말로 정말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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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나무 아래 누워있는 멋드러진 싯 구절이 운치를,

커다란 장독들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이 정감을 더해 준다

친구들과의 한번의 활력이 일 년은 거뜬히 버티게 한다.



 

이번 동창회에 많은 호응과 참여 고맙고

추진해 준 회장님 총무님 너무 너무 수고 많았습니다.

친구의 노력과 배려가 없었으면 이 좋은 시간은 존재하지 못하리라!                                                               

건강상 일정상 참여하지 못한 친구들 다음엔 꼭 같이하여

즐거운 시간 함께 나누자

두모초14

열사회 화이팅!

 

댓글목록

<span class="guest">물망초</span>님의 댓글

물망초 작성일

친구야 너는 왜 이리 글을 잘 쓰니 네 글을 읽고 너무너무 감동 감동이었다 앞으로도 정경이 좋은 글을 많이 많이 올려줘 우리 옛날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옥선아 내 글을 읽다 보니 옛날 어린 시절이 되살아나구나 엄마들이 새벽 같이 일어나서 고로쇠 물먹으러 간다고 우리가 부모들 그때 그 시절에 돌아간 거 같아서 참 기분이 좋았다

<span class="guest">박옥선</span>님의 댓글

박옥선 작성일

친구야
나도 부모님들이 '물먹으러 간다'며
몇날 몇일을 부산스레 준비하시고 들떠 계시던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단다.

친구가 그 체험을 우리에게 시켜주니 얼마나 고마웠던지
벌써 우리가 그 엄마 아빠가 되어
똑같이 '지리산에 물먹으로 간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었지
정말 감회가 새로운 동창회 였고
뜻깊은 시간이었단다.
친구야 그 시간 그자리 마련해 주어서
감사 또 감사요!

<span class="guest">하현</span>님의 댓글

하현 작성일

옥선이 혹, 글 쓰는 작가 아니야?
글을~ 너무 맛깔나게 잘썼 더라 글을 읽고 있는데 꼭 현실에 있는 거 같더라
모처럼 친구들 만나 좋았지만
너의 후기도 멋있었어
멋진 친구 사랑해~

<span class="guest">박옥선</span>님의 댓글의 댓글

박옥선 작성일

하현아
고맙고
너도 이 글 이대로가 참 좋아
예쁘게 살아가는 하현이 멋쟁이!

<span class="guest">노리</span>님의 댓글

노리 작성일

오메~~~
마르코폴로 여행기를 읽어보는 듯...

<span class="guest">박옥선</span>님의 댓글의 댓글

박옥선 작성일

오메~~~
봄이 되니
노리도 화들짝!
친구들을 이런 모습으로 까끔씩이라도
잊지 않게 만나보니 좋기도 하네
노리친구
잘 지내다
10월에 꼭 봐야해~

안개님의 댓글

안개 작성일

다정도 하여라 내친구들~

옥선이는 우리를 대변하는 작가이지

암 작가이고 말고~

동창 모임에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는 친구들이며

친구들의 먹을 거리를 위해 

늘 힘써주는 솜씨 좋은 친구들이며

마음 씀씀이로 정성을 담아내는 친구들 

모두 반갑다^^

남쪽 나라에서 향긋한 봄을  만난 친구들이 

꽃이 활짝 폈구나

모두 이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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