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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금오도


나의 시간여행열차 <금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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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벙글레이디 조회 1,083회 작성일 23-02-1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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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금오도>를 읽으면서 시간여행 열차를 타고 내 어린 시절로 잠시 돌아갔다 온 기분입니다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물이듯 금오도에서 보낸 이들의 가슴속의 사연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놓으니 귀한 선물이 되었군요. 70-80년대에 어린시절을 섬에서 보낸 나 같은 사람은 오래된 나의 일기장을 만난 듯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각기 다른 이들의 이야기가 닮은 듯 다른 듯 여러 빛깔로 표현된 글들이 참 멋있고 맛난 추억들의 묶음입니다. 오랜만에 편하게 읽은 책이지만 어느 대목에서는 웃다가 어떤 순간에서는 울다가 그렇게 읽었습니다.


외갓집에 간 어느 날 비바람이 몹시 불었습니다. 재밌게 코미디 프로를 보고 있을때  화면이  지직거리자 지붕 위로 올라가 TV 안테나를 돌려가며 화면 잘 나오냐며 소리치던 외삼촌의 목소리가 귓가에 쟁쟁한데 그때 그 외삼촌은 지금은 곁에 안 계셔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어린시절 목마도 태워주시고 자전거도 가르쳐 주시던 분이었는데...

과거 없는 현재가 없는데 풍족하게 살면서 잊어버리고 살던 것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를 돌아보며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고마운 분들이 떠오릅니다.

가난했지만 풍요로웠고, 불편했지만 행복했던 그 시절. 결핍이 준 것들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모두가 보리밥을 먹을 때 아버지 밥그릇의 쌀밥을 먹겠다고 6남매가  쳐다보면 갈치구이 가시를 발라 주시던 아버지가 몹시도 보고 싶어집니다. 넓지도 않은 방에서 6남매가 볶닥거리며 자란 덕분에 우린 형제애가 남다릅니다.

 

누구나 어려웠던 시절, 겨울 칼바람은 왜 그리 매섭게 살을 파고들었던지...저도 바닷가에서 자라서인지 금오도의 글들이 팔닥거리는 활어마냥 내 가슴에서 요동칩니다.

늘 콧물을 흘려 옷소매가 누렇던 종수 친구는 잘 있는지, 남의 참외밭에서 서리하다 주인에게 들켜 함께 손 들고 서있었던 영란이 언니, 향미 동생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책을 읽는 내내 그리운 이들의 안부가 궁금해 카톡방을 들락거리며 소식을 전했습니다. 소식이 끊겨 이제는 알 수가 없는 이들이 보고 싶어집니다.

 

선물로 주고싶은 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떠올리며 <금오도>책을 샀습니다. 

뽈락의 추억을 간직하고  간재미를 먹고 자란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나의 살아온 흔적을 선물해보고 싶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역사의 위대함을 아는 것은 누군가가 남긴 기록이 있기 때문입니다. 금오도의 역사, 금오도의 추억을 엮어 책으로 내놓는 엮은이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인터넷에 떠있다 스러져가는 별처럼 없어졌을 수도 있는 글이 영롱한 구슬이 되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해주신 분들의 수고에 경이로움을 표하며  꾸준함을 이기는 것은 없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나의 멋진 시간여행에 동행해 주신 명제, 애린, 안개, 쏨팽이, 명경지수, 지북산, 이국진, 섬소년, 공명, 오아시스, 짱가, 소공, 오승훈, 박홍시님들께 감사드리며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어디선가 치열하게 살고 계실 금오도출신의 사람들이 아름다운  추억을 가슴에 안고 열심히 그리고 행복하게 지내길 바래봅니다책을 다 읽고 나니 6년전에 다녀왔던 금오도 비렁길을 올 휴가 때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댓글목록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

애린 작성일

오랜 기억들이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곤
마음이 살짝 홍당무로 변했는데요
막상 책을 주문해 읽어보고는
제 마음도 한참 망연했었습니다.

가볍게 풀어낼 수 있었던 공간의
도정되지 않는 사연들이
귀하게 여기시는 마음을 거치면
이렇게 빛을 볼 수 있고
그 빛은 또 다른 기억으로 전위되어
이렇게 고운 글을 이끌어낼 수 있네요.

글을 읽는 내내 제 마음이 유순해지고
눈시울이 촉촉해졌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늘 평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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